'POGO의 유령'…클락 콘도서 韓 불법도박단 7명, 함정수사로 '전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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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GO 폐쇄' 지시 비웃듯…콘도 개조한 '미니 POGO' 운영, 韓-필리핀 공조에 덜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POGO(필리핀 역외 게이밍 사업자) 전면 폐쇄' 명령 이후, 거대한 단속망을 피해 주택가로 숨어든 'POGO의 유령'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필리핀 이민국(BI)은 지난주, 팜팡가주 클락 프리포트 존(Clark Freeport Zone) 내 고급 콘도미니엄에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일명 '미니 POGO'를 운영해 온 혐의로 한국인 남성 7명을 전격 검거했다고 어제(19일) 발표했습니다.
이번 작전은 당초 수배자 1명을 검거하기 위한 함정 수사였으나, 현장에서 거대한 불법 도박 조직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일망타진으로 이어진 극적인 사례입니다. 이는 필리핀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에도 불구하고, 범죄 조직들이 더욱 교묘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를 끝까지 추적해내는 한-필리핀 사법 공조의 굳건함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빙산의 일각'을 쫓다 거대한 몸통을 발견하다
이번 작전은 '빙산의 일각'을 쫓다 거대한 몸통을 발견한 격이었습니다.
수배자 추적: 필리핀 이민국 도피자 추적팀(BI-FSU)은 당초 한국인 하O준 씨를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2024년 12월까지 필리핀을 떠나라는 출국 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어기고 불법체류 중인 상태로, 2025년 1월부터 이민국 수배 명단에 올라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치밀한 함정 수사: FSU는 첩보를 통해 하씨가 클락의 한 콘도미니엄에 은신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함정 수사를 계획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발견: 지난주, FSU 요원들이 하씨를 검거하기 위해 콘도 2개 호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하씨뿐만 아니라 6명의 한국인이 수십 대의 컴퓨터 앞에서 전 세계 스포츠 경기에 베팅하는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평범한 주거 공간으로 위장된 완벽한 '미니 POGO'의 소굴이었습니다.
'미니 POGO'의 부상, 새로운 위협
다나 산도발 이민국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최근 나타나는 새로운 범죄 트렌드를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규모 POGO가 전면 폐쇄되자, 최근에는 10명 이하의 소규모 인력을 투입해 주택가나 콘도 등에서 은밀하게 운영하는 '미니 POGO'가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던 기업형 POGO와 달리, '미니 POGO'는 단속을 피하기 쉽고 신속하게 거점을 옮길 수 있어 추적이 더욱 어렵습니다.
이번 작전을 지휘한 렌델 라이언 시 FSU 국장은 "처음에는 수배자 1명을 검거하러 갔지만, 현장에서 7명의 한국인이 불법 운영에 가담하고 있는 것을 즉시 인지하고 전원 체포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대통령의 지시는 분명하다"…무관용 원칙 재확인
노만 탄싱코 이민청장은 이번 검거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시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의 지시는 분명하다. 필리핀 내에서 외국인이 온라인 도박 행위를 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 활동을 지속하는 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즉시 체포하여 추방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현재 체포된 한국인 7명은 전원 타기그(Taguig)시에 위치한 이민국 수용 시설로 이송되었으며, 필리핀 법에 따른 강제 추방 절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POGO와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그 형태가 어떻게 변하든 뿌리 뽑겠다는 필리핀 정부의 단호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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