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스캔들'에 추락하는 페소…달러당 59페소 붕괴, '사상 최저치'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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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프라 비리 의혹·경기 둔화 우려 겹악재…OFW 송금 '반짝 효과' 불구, 수입 물가 '비상'


필리핀 경제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필리핀 페소화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며 국가 경제 전반에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8일(화) 마닐라 외환시장에서 페소화는 장중 한때 달러당 59.2페소까지 밀린 뒤, 소폭 반등했으나 결국 종가 기준 59.13페소로 마감하며 역대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이는 작년 12월 19일 이후 약 10개월 만에 다시 59페소 선이 무너진 것으로, 특히 10월 들어 동남아시아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필리핀 중앙은행(BSP)은 이례적인 페소화 약세의 배경으로 최근 불거진 정부 인프라 사업 관련 대규모 부패 스캔들과 그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를 직접적으로 지목했습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와 맞물려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페소화 가치 하락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부패 리스크'가 단순한 정치적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흔들리는 경제, 원인은 '부패'와 '불확실성'


중앙은행은 공식 성명을 통해 "최근의 페소 약세는 인프라 지출 비리 논란 등으로 인한 경기 성장 둔화 우려와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구체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정부 부패 스캔들 파장: 최근 필리핀에서는 공공사업도로부(DPWH)의 '홍수 방지 예산 비리' 의혹 등 정부 인프라 사업과 관련된 부패 스캔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며 마르코스 행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크바얀 당의 센다냐 하원의원은 "정부 부패 의혹이 커지고 국민 불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부패는 경제 문제이며, 우리는 그 영향을 지금 체감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성은 외국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페소화 매도세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 경기 둔화 우려: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부패 스캔들로 인해 차질을 빚을 경우, 필리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인 건설 및 관련 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합니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 둔화 우려로 이어져 페소화 가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3. 추가 금리 인하 기대: 최근 필리핀의 물가 상승률이 6년 만의 최저치(7월 0.9%)를 기록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연말 이전에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통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엇갈리는 파급 효과: 웃는 OFW 가족, 우는 소비자


페소화 약세는 필리핀 경제 주체들에게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긍정적 측면: 해외 근로자(OFW)들의 달러 송금액을 페소로 환전할 때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OFW 가족들의 실질 소득 증대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내수 소비를 일정 부분 지탱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부정적 측면:

    • 수입 물가 상승: 원유, 원자재, 소비재 등 대부분의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여 국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입니다. 특히 달러로 결제되는 석유 가격 상승은 연료비 인상으로 직결되어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을 줍니다.

    • 외채 부담 증가: 필리핀 정부가 달러 등 외화로 빌린 국가 부채의 페소화 환산 가치가 증가하여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올해 초 페소 강세로 외채 부담이 다소 줄었었지만, 이번 약세로 다시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고민'과 향후 전망


필리핀 중앙은행은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지만, 급격한 변동성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시장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OFW 송금, 관광 수입,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산업 등에서의 꾸준한 외화 유입이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페소화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향후 페소화의 흐름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추가 금리 인하 여부) ▲정부의 부패 스캔들 대응 및 신뢰 회복 노력 ▲글로벌 달러 강세 지속 여부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한 것은, 필리핀 경제가 '부패 리스크'라는 내부의 적과 '글로벌 불확실성'이라는 외부의 도전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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