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천만원" 유혹에 필리핀행…보이스피싱 상담원 된 2030 韓 여성들, 결국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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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조직 합류, 금융기관 사칭해 2억여 원 편취…法 "사회적 폐해 심각, 책임 무거워"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은 결국 차가운 철창으로 귀결되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합류하여 상담원 역할을 하며 수억 원을 가로챈 20대 여성 A씨와 30대 여성 B씨에게 법원이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7단독 이효제 판사는 이들이 조직적인 범죄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피해 복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은 최근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는 '해외 취업 사기'와 '보이스피싱 범죄'의 추악한 실체를 다시 한번 드러냄과 동시에, 가해 조직뿐만 아니라 단순 가담자에게도 법의 엄중한 심판이 내려진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미끼로 한 범죄의 덫
A씨와 B씨가 범죄의 늪에 빠지게 된 과정은 전형적인 해외 취업 사기의 패턴을 따랐습니다.
달콤한 유혹: 이들이 속한 조직의 총책 또는 관리자급은 주로 친분이 있던 이들에게 접근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간단한 상담 업무만 하면 월 수천만 원을 벌 수 있다", "항공권과 호텔급 숙소를 모두 제공한다"는 솔깃한 제안으로 젊은 여성들을 유혹했습니다.
현지에서의 세뇌와 교육: 이들의 제안에 넘어간 A씨와 B씨는 조직이 제공한 항공권으로 필리핀 마닐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을 기다린 것은 약속된 '쉬운 일'이 아닌,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실전 투입이었습니다.
범행 수법: 이들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여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기존 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바꿔주겠다(대환대출)"고 속인 뒤, "기존 대출금을 먼저 상환해야 하니 우리가 알려주는 계좌로 입금하라"는 방식으로 돈을 가로챘습니다. 이러한 수법으로 A씨는 8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1억 6985만 원을, B씨는 5명의 피해자로부터 5730만 원을 편취했습니다.
'탈출 불가' 감옥…조직의 통제 수법
일단 조직에 발을 들인 이들은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조직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원들을 통제하고 범죄에 계속 가담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여권 압수 및 감시: 귀국이나 조직 탈퇴를 원할 경우, 여권을 빼앗아 별도로 관리하며 사실상 인질로 잡았습니다. 또한, 실시간으로 위치를 보고하게 하고 스마트폰 감시 등을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습니다.
이동 제한: 단속을 피한다는 명목 아래, 필리핀 내 한인 식당이나 교민 밀집 지역 등 특정 장소의 출입을 금지시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습니다.
가명 사용 및 거점 이동: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모든 조직원에게 가명을 쓰도록 강요하고, 주기적으로 숙소와 사무실 등 거점을 옮겨 다니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법원의 준엄한 판결: "범행 가담 정당화될 수 없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어려운 경제 사정 등을 호소하며 선처를 구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습니다. 이효제 판사는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은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심각한 사회적 폐해: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
필수적 역할 수행: "피고인들이 비록 말단 상담원 역할이었지만, 피해자들을 직접 기망하여 돈을 편취하는 등 범행 완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피해 회복 전무: "피해자들에게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피해 복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판사는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하여 그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해외 고수익 일자리의 유혹에 빠져 범죄에 연루될 경우, 그 끝은 결국 법의 심판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필리핀 등지에서 한국인 도피 사범들이 대거 검거·송환되는 등 국제 공조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해외가 범죄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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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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