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필리핀'의 추락…5년간 2,200개 기업 증발, "정부 지원 없인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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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비용 급등·보호무역 '삼중고'…Philexport "특단 대책 없으면 미래 없다" 경고


한때 아세안의 떠오르는 수출 강국을 꿈꿨던 필리핀의 수출 산업이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통계청(PSA)과 무역산업부(DTI)의 충격적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년(2020~2024년) 동안 필리핀에서 수출 활동을 중단한 기업 수가 무려 2,26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팬데믹 직전인 2020년 6,386개였던 수출업체 수가 2024년 말에는 4,125개로 급감했음을 의미하며, 올해 8월 기준으로는 약 4,000개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수출 기업 엑소더스' 현상은 부족한 정부 예산 지원, 살인적인 운영 비용 급등, 그리고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라는 '삼중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필리핀수출업협회(Philexport)는 "이대로 가다가는 필리핀 수출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정부의 특단의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숫자로 드러난 위기: 사라지는 수출 기업들


수출 기업 감소세는 수치로 명확히 드러납니다.


  • 연도별 급감: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6,386개였던 수출기업은 2021년 5,784개(-602개), 2022년 4,570개(-1,214개), 2023년 4,307개(-263개), 2024년 4,125개(-182개)로 매년 가파르게 줄었습니다.

  • 주요 항만 이탈: DTI 수출마케팅국(EMB)의 항만별 데이터(2021~2024년)는 더욱 심각합니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주요 항만에서 총 2,171개의 수출업체가 사라졌습니다. 특히, 최대 관문인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NAIA)에서는 1,535개 업체가, 세부국제공항에서는 386개 업체가 수출을 중단하는 등 주요 물류 거점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Philexport의 마 플로르델리사 레옹 부회장은 "수년 동안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경쟁 심화로 수출업체들의 수익률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임금 상승이나 관세 같은 비용 증가는 즉각적인 타격으로 이어진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경쟁 환경, 결코 공평하지 않다"…정부 지원 절실


수출업계는 정부 지원 부족이 위기를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 예산 부족: 레옹 부회장은 "제품 개발, 시장 조사, 마케팅, 판촉 등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정부 지원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다른 경쟁국들은 보조금 지급이 금지되어 있어도 실제로는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하고 있어 경쟁 환경이 결코 공평하지 않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촉구했습니다.

  • 비용 급등: 세르히오 오르티스-루이스 주니어 Philexport 회장은 "운송비, 해운비 급등과 지방 정부의 통과 수수료, 과도한 항만 이용료 때문에 많은 기업이 사업을 포기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식품 수출업체들은 공급 부족 문제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보호무역 장벽: 최근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는 필리핀 수출업체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마르코스 상원의원은 상원 청문회에서 "수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이 없다"며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했습니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 논란…'국내 시장 강화' vs '긴급 처방 부재'


상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은 중장기적인 원론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이미 마르코스 상원의원은 청문회에서 크리스티나 로케 무역산업부 장관에게 "지금 당장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데 즉각적인 해결책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으나, 로케 장관은 "국내 시장을 강화하고, 유럽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마르코스 의원은 무역산업부의 예산이 예년과 거의 변동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금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계획은 어디 있느냐? 더 악화된다면 대응 방안은 무엇이냐?"고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DTI 수출마케팅국의 시킴테 국장 역시 "경쟁국들은 제품과 시장을 모두 다변화하고 있는데, 필리핀의 수출 품목 수는 사실상 정체 상태"라고 인정하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수출 드라이브'를 외치던 필리핀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당장의 위기를 극복할 긴급 처방과 함께, 수출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수출 필리핀'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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