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절규, '정의는 없었다'…故 지익주 씨 마지막 추모식, "국가가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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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경찰청서 9회 추모식…유족, 韓-필리핀 양국 대통령에 '진실규명' 눈물의 호소


"남편을 떠나보낸 지 10년이 되었지만, 그날의 충격과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5년, 필리핀 경찰의 탈을 쓴 범죄자들에게 납치되어 목숨을 잃은 고(故) 지익주 씨. 그의 넋을 기리는 제9회 추모식이 지난 10월 18일 오전, 비극의 현장이었던 필리핀 케손시 경찰청(PNP-AKG, 구 CADI)에서 거행되었습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진실은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주범은 법의 심판을 피해 도주 중입니다. 유족과 한인 사회는 이날을 마지막 공식 추모식으로 선언하며, 이제는 대한민국과 필리핀 양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가족의 피맺힌 호소: "두테르테 정권의 공권력 살인, 책임져야"


추모식은 유족, 한인회, 교민 목회자,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일관 비통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지난 10년간 남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이어온 부인 최경진 여사의 인사말은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최 여사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이 사건은 두테르테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빌미로 공권력을 남용해 대한민국 국민을 무참히 살해한 명백한 공권력 살인 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10년이 다 되도록 진실규명도, 배상도,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필리핀 사법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이어 최 여사는 "현 필리핀의 봉봉 마르코스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이재명 대통령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양국 정상을 직접 호명했습니다. 그는 "고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 개인과 유족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국가가 응답해야 한다"며 양국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진상 조사를 공개적으로 촉구했습니다.


끝나지 않은 정의: 도주 중인 주범 '둠라오'와 200만 페소 현상금


참석자들의 분노를 더욱 키운 것은, 이 끔찍한 범죄의 주범 중 한 명인 전직 필리핀 경찰관 '리키 산타 이사벨 둠라오(Ricky Santa Isabel Dumlao)'가 여전히 잡히지 않은 채 도주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최 여사는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의 노력으로 둠라오에게 무기징역 판결이 내려지고 200만 페소(약 4,700만 원)의 현상금까지 공표되었지만, 아직 검거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리 동포들이 힘을 모아 SNS 등을 통해 그의 얼굴을 알리고 추적에 협력해 주시길 바란다"며 교민 사회의 도움을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이는 필리핀 사법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국제 공조와 시민의 감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비극이 남긴 역설적 유산, '안전'에 대한 경각심


윤만영 필리핀 한인총연합회장은 조종환 안전위원장이 대독한 추모사에서 "고 지익주 님의 비극적인 희생은 필리핀 동포 사회 전체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큰 울림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교민 사회는 자체적인 방범 시스템을 강화했으며, 이는 한국과 필리핀 정부 간의 치안 협력이 격상되고 '코리안데스크'가 확대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 개인의 비극이 역설적으로 수많은 교민의 안전을 지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밑거름이 된 것입니다.


최경진 여사는 이날을 마지막 공식 추모식으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누구나 남편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라도 만들어 달라"며 케손 경찰청 내에 추모비 설치를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공식적인 행사는 멈추지만, 진실을 규명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싸움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의지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고 지익주 씨의 억울한 죽음 앞에, 이제는 양국 정부가 응답해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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