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대신 필리핀으로"…韓 청년 노리는 '해외 취업 사기' 지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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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7천 불 미끼 '텔레그램 구인', 불법인 줄 알아도 '절박함' 악용…정부 대응 한계 드러나


"캄보디아는 이제 난리 났으니, 필리핀으로 가세요."


성공을 꿈꾸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절박함을 파고드는 '해외 구인 사기'가 그 수법을 더욱 교묘하게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구인 사이트에는 '월급 7천 달러', '호텔 숙식 제공', '단순 상담 업무' 등 듣기에도 솔깃한 해외 일자리 광고가 쏟아지고 있으며, 그 연락 수단은 대부분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 아이디가 유일합니다.


MBC 뉴스데스크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이 사기 조직들은 최근 캄보디아 현지 상황이 악화되고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자, 이제는 "캄보디아 대신 필리핀으로" 목적지를 바꿔가며 한국 청년들을 지옥으로 유인하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찾아간 곳은 꿈의 일자리가 아닌, 감금과 폭행이 일상화된 '범죄 단지'였으며, 일부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 또 다른 범죄에 가담하는 비극적인 현실에 처해있습니다.


'대포통장'의 유혹…범죄로 시작된 '코리안 드림'


기자가 직접 한 구인 업체에 텔레그램으로 연락하자, 사기 조직은 "휴대전화와 금융계좌 OTP만 넘겨주면 호텔에서 먹고 자며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했습니다. 이들은 해당 업무가 명백히 대포통장 모집 등 불법적인 일임을 알고도, 고수익을 약속하며 청년들의 불안한 심리를 악용했습니다.


  • 텔레그램 익명성 악용: 사기 조직은 텔레그램이라는 익명성을 무기로, 신분 노출 없이 자유롭게 구인 광고를 올리고 피해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 캄보디아에서 필리핀으로: 과거에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등에 범죄 단지가 집중되었으나, 언론 보도와 정부 단속이 강화되자 이제는 필리핀 마닐라, 앙헬레스 등 한인 밀집 지역으로 거점을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는 필리핀의 관광객 유치 정책과 비자 제도의 허점을 노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 끝없는 유혹: 목적지가 바뀌었을 뿐, '고액 연봉', '초간단 업무', '해외 체류'라는 달콤한 미끼는 여전히 젊은 층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착취의 지옥도: 감금, 폭행, 그리고 또 다른 범죄


사기 조직의 꾐에 넘어가 해외로 출국한 청년들을 기다리는 것은 악몽과도 같은 현실이었습니다.


  • 감금 및 폭행: 캄보디아에서 사업 실패 후 재기를 꿈꾸다 해외 구인 사기에 속은 김모 씨는 현지에서 감금과 폭행을 겪고 가까스로 귀국했습니다.

  • 빚의 굴레: 19세 청년은 대출을 대신 갚아준다는 말에 속아 캄보디아로 갔다가, 여권을 빼앗기고 빚더미에 앉은 채 범죄 조직의 강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 범죄 가담 강요: 또 다른 20대 청년은 아픈 어머니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떠났다가, 로맨스 스캠과 주식 리딩 사기 등 범죄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일부는 어렵게 귀국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캄보디아로 자진 출국하여 범죄 조직에 재연루되는 비극적인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정부의 대응 한계와 법원의 뼈아픈 비판


문제는 이러한 해외 구인 사기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이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년간 국내 온라인 구인 사이트에는 1만 8천 건 이상의 관련 글이 등록되었으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단속한 것은 100건에 불과하며, 불법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차단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에 대통령은 "캄보디아행 유인 광고 긴급 삭제 방안"을 지시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범죄에 가담한 청년들에게 "어려운 사정이 범행 가담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들의 경제적 절박함을 악용하는 범죄 구조를 비판함과 동시에, 범죄에 연루될 경우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고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번 보도는 캄보디아와 필리핀을 중심으로 한국 젊은층을 노리는 해외 취업 사기의 최신 흐름과, 이를 둘러싼 사회적·법적 대응의 한계를 고발하며 우리 사회 전체에 깊은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해외 취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보다는 철저한 검증과 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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