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 적색수배범 포함'…필리핀 세부서 韓 불법감금·도박단 9명 '일망타진'

본문


251011073545st2_0.png


직원 감금·임금체불로 시작된 수사, '불법 온라인 도박' 혐의까지 추가…韓-필리핀 공조 강화의 상징적 사건


세계적인 휴양지 필리핀 세부(Cebu)가 거물급 한국인 범죄 조직의 소탕 무대가 되었다. 필리핀 경찰청 7지구(PRO-7)는 지난 9월 26일, 세부시에서 직원을 불법으로 감금하고 임금을 체불한 혐의로 한국인 남성 9명을 전격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체포된 9명 중 무려 5명이 인터폴(Interpol) 적색수배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노동 착취 사건을 넘어 필리핀에 은신해 온 국제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한 대규모 작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월급을 두 달째 받지 못했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금당했다"는 한 직원의 절박한 신고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거대한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을 운영해 온 사실까지 추가로 밝혀지면서, 최근 연이어 성공하고 있는 한-필리핀 사법 공조의 또 다른 쾌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빙산의 일각, 한 직원의 절박한 외침


모든 것은 한 직원의 용기 있는 고소장에서 비롯되었다. 이 직원은 자신이 고용된 사무실에서 두 달간 임금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외부 출입이 통제된 채 사실상의 감금 상태에 놓여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필리핀 경찰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세부 지방법원 제7부의 제임스 스튜어트 라몬 히말라로안 판사는 피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피의자 각각에 대해 12만 페소(약 280만 원)의 보석금을 권고했으나, 이는 사건의 거대한 전말이 드러나기 전의 일이었다.


치밀했던 합동 검거 작전


체포영장이 발부된 9월 26일, 필리핀 경찰 지역특수사업단(RSOG-7)과 세부시 경찰청 소속 정예 요원들은 용의자들이 머물고 있던 사무실 겸 숙소를 급습했다. 현장에서 한국인 9명을 모두 체포한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다. 체포된 인원 중 5명이 이미 한국 사법 당국의 요청으로 인터폴 최고 단계 수배인 '적색수배'가 내려진 중범죄자들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저지른 사기 및 금융 범죄 등을 피해 필리핀으로 도피한 뒤, 세부에 새로운 범죄 조직을 꾸린 것으로 보인다. 레드리코 마라난 PRO-7 지구 국장은 "이번 성공적인 작전은 결정적인 제보를 해 준 지역사회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시민의 역할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불법 감금에서 거대 도박 조직으로


체포 이후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경찰은 이들이 단순한 노동력 착취범이 아니라,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온 전문 범죄 조직임을 밝혀냈다. 결국 10월 2일, 필리핀 검찰은 이들 전원에게 불법 온라인 도박 운영에 연루된 혐의를 추가로 기소했다.


수사 당국은 이들이 직원을 감금하고 임금을 체불한 이유가, 자신들의 거대한 불법 도박 사업의 실체가 외부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입막음' 목적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체포된 피의자 중 적색수배자 5명은 지역특수사업단 구금 시설에, 나머지 4명은 세부시 경찰청 구금 시설에 분리 수감되어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일망타진은 필리핀이 더 이상 한국 범죄자들의 안전한 도피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도피 사범 49명 집단 송환'을 비롯해 연이어 성공하고 있는 양국 간의 국제 공조는 필리핀 내 한인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 조직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