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상처 위로 휩쓴 태풍 '마트모'…필리핀 중부, 최악의 2차 피해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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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사망자 30명 넘어…지진 피해 입은 세부, 건물 추가 붕괴·산사태로 '설상가상'
강력한 지진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들이닥친 태풍은 상상 이상의 파괴력을 남겼다. 지난 10월 5일 밤, 필리핀 동부 사마르(Samar)주에 상륙해 중부 비사야스 지역을 관통한 제21호 태풍 '마트모(MATMO)'로 인해 현재까지 최소 32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으며,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특히, 불과 며칠 전 규모 6.9의 강진으로 최악의 피해를 겪었던 세부(Cebu) 북부 지역은 이번 태풍으로 인한 폭우와 강풍에 '2차 피해'가 속출하며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지진으로 약해진 건물과 지반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필리핀은 지진과 태풍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재난에 동시에 맞서 싸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악몽의 24시간: 태풍이 할퀴고 간 길
태풍 '마트모'는 상륙 당시 중심기압 955hPa, 최대풍속 165km/h의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동부 비사야스 지역을 덮쳤다.
폭풍 해일과 홍수: 태풍의 직접적인 경로에 놓인 레이테(Leyte)와 사마르주의 해안가 마을들은 수 미터 높이의 폭풍 해일(Storm Surge)에 휩쓸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다. 내륙에서는 하천이 범람하며 도시 전체가 거대한 흙탕물에 잠겼다.
산사태: 태풍이 동반한 시간당 100mm 이상의 '물 폭탄'은 산악 지대에 연쇄적인 산사태를 유발했다. 수많은 도로와 교량이 유실되어 피해 지역은 외부와 완전히 고립되었다.
세부의 '이중 비극': 흔들린 땅 위로 쏟아진 폭우
지진 피해를 입은 세부 북부 지역에서 태풍은 더욱 잔혹했다.
건물 추가 붕괴: 지진으로 이미 균열이 가거나 붕괴 위험에 처해 있던 수많은 주택과 학교, 성당 등은 이번 태풍의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중 이재민' 발생: 지진으로 집을 잃고 임시 텐트나 대피소에서 생활하던 수만 명의 이재민들은 태풍으로 인해 그 마지막 안식처마저 잃고 '이중 이재민' 신세가 되었다. 비바람에 찢어진 텐트 속에서 이들은 뜬눈으로 공포의 밤을 지새워야 했다.
복구 작업 전면 중단: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투입되었던 중장비와 인력은 태풍으로 인해 모두 철수했으며, 쌓아두었던 구호물품마저 빗물에 유실되는 등 복구 시계는 사실상 '0'으로 되돌아갔다.
국가적 재난 대응, 그리고 기나긴 복구의 길
마르코스 대통령은 피해 지역 상공을 직접 헬리콥터로 둘러본 후, 동부 비사야스와 중부 비사야스 일대에 '국가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모든 정부 자원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필리핀 군과 해안경비대는 고립된 마을에 구호품을 공수하고 생존자를 수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전력, 통신, 도로망이 모두 파괴된 상황에서 구조와 구호의 손길이 닿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진에 이어 태풍까지, 연이은 최악의 자연재해 앞에 필리핀 국민들은 망연자실한 채 국제사회의 긴급한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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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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