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를 할퀸 '죽음의 60초'…규모 6.9 강진에 비상사태 선포, 사망 69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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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북부 직격탄, 주 전역 '재난 상태'…인프라 붕괴·800차례 여진에 공포 확산


필리핀 중부의 심장부이자 세계적인 관광지인 세부(Cebu)주가 불과 1분 남짓의 강력한 지진동에 무너져 내렸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0월 1일 저녁, 세부 북부 지역을 강타한 규모 6.9의 파괴적인 지진으로 인해 주 전역이 '비상사태(State of Calamity)'에 돌입했다. 필리핀 국가재난관리청(OCD)은 10월 1일 밤을 기준으로 공식 사망자가 최소 69명, 부상자는 293명에 달한다고 발표했으며, 수많은 실종자가 건물 잔해에 매몰되어 있어 사상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진은 인구 밀집 지역과 주요 인프라가 집중된 세부 북부 지역을 직격하여, 단순한 인명 피해를 넘어 지역 사회의 시스템 자체를 마비시키는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되고 있다.


"가족을 찾을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진앙지의 비명


가장 큰 피해는 진앙지에서 불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보고(Bogo)시에 집중되었다. 전체 사망자의 절반에 가까운 30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무너진 집과 건물 잔해 속에서 가족을 찾는 생존자들의 절규가 도시를 가득 메웠다. 아내와 어린 자녀가 실종된 이사가니 질리그(41)씨는 "가족을 다시 찾을 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며 망연자실한 채 구조 현장을 지켰다. 구조대원들은 "생명이 걸린 문제라 포기할 수 없다"며 5시간이 넘는 사투를 이어갔다.


보고주립병원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부상자와 시신으로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다. 병원 마당에는 시신 가방이 줄지어 놓였고, 신원 확인을 마친 유족들의 오열이 이어졌다. 상황이 워낙 심각해, 병원 인근에는 사망진단서를 즉석에서 발급하는 임시 부스까지 설치되었다.


완전히 무너진 삶의 터전: 인프라의 붕괴


파멜라 바리쿠아트로 세부 주지사는 헬리콥터로 피해 지역을 항공 정찰한 후 "도로, 교량, 주택, 공공시설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파괴적(devastating)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주요 시설 파손: 보고시 시청, 버스터미널, 항만 등 주요 행정 및 교통 시설이 심각하게 파손되어 행정 공백과 물류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 공공·문화유산 붕괴: 산 레미히오 체육관이 붕괴되면서 내부에 있던 필리핀 해안경비대(PCG) 장병 3명이 순직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또한, 다안반타얀의 성 로사 데 리마 대성당을 비롯한 유서 깊은 성당과 문화유산 다수가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되었다.

  • 전력·통신 두절: 아스투리아스 지역에서 변압기가 폭발하는 등 전력망이 큰 타격을 입어, 27개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고 1,400메가와트 이상의 전력 손실이 발생했다. 보고시, 산 레미히오 등 주요 피해 지역은 통신망마저 끊겨 구조 작업 조율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끝나지 않은 공포, 800차례의 여진


첫 강진의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생존자들은 끊임없는 여진에 시달리고 있다. 필리핀 지진화산연구소(Phivolcs)에 따르면 10월 1일 오전까지 최소 848차례의 여진이 관측되었으며, 이 중에는 규모 4.8의 강한 여진도 포함되어 추가 붕괴의 공포를 키우고 있다. 현재까지 집을 잃고 임시 대피소로 이동한 가구는 2만 7천 가구에 달한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모든 정부 부처에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필리핀 공군은 블랙호크 헬기 등을 동원해 구조대와 구호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으며, 육군과 경찰 병력 수천 명이 투입되어 수색·구조 및 치안 유지에 나서고 있다. 보건부는 긴급 의약품을, 이주노동자부는 발이 묶인 해외 근로자들을 지원하는 등 국가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막대하여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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