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민심, 마닐라를 뒤덮다…'홍수 예산 비리' 규탄, 反부패 시위 전국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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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리살공원에만 5만 운집…'유령 공사' 등 부패 스캔들에 總統 책임론 부상
"도둑들을 감옥으로!" 필리핀의 심장 마닐라가 성난 시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오늘(2025년 9월 21일) 오전, 수도 마닐라의 상징적인 공간인 리살 공원(Rizal Park)에는 주최 측 추산 5만 명(경찰 추산 2만 5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운집하여, 정부의 고질적인 부패와 고위층의 특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부패에 반대하는 연합(Coalition Against Corruption)'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이번 시위는 마닐라뿐만 아니라 세부, 다바오 등 필리핀 주요 도시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며 전국적인 반정부 운동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번 시위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홍수 방지 예산 스캔들'이다. 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수도권이 물에 잠겨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예산 수십억 페소가 '유령 공사'에 배정되거나 고위 공직자와 연관된 특정 건설사에 몰아주기 식으로 집행되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폭발한 것이다.
"우리의 세금은 어디로 갔는가?"…분노의 목소리
오늘 리살 공원에 모인 시민들은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되었다. 평범한 직장인, 대학생, 종교 지도자, 농민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은 저마다 손에 '부패 정치인 퇴출', '예산을 돌려달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시위대의 핵심 요구:
홍수 방지 예산 비리 관련자 전원 처벌: 공공사업도로부(DPWH) 장관을 포함한 관련 공직자들의 즉각적인 사퇴와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포크배럴' 폐지: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선심성 사업에 임의로 사용할 수 있어 부패의 온상으로 지적받는 '포크배럴(Pork Barrel)' 예산의 완전한 폐지를 요구했다.
투명한 예산 집행: 모든 공공사업의 예산 집행 내역을 국민이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투명한 시스템 구축을 주장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년 홍수로 삶의 터전을 잃는 동안, 우리의 세금은 부패한 정치인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었다"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부의 반응과 정국의 향방
대규모 시위에 마르코스 행정부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통령실은 공식 성명을 통해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를 존중한다"며 "제기된 부패 의혹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철저한 조사를 약속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위대는 정부의 이러한 반응이 '시간 벌기용'에 불과하다며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시위 주최 측은 "정부가 우리의 요구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내놓을 때까지, 매주 더 큰 규모의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번 전국적인 반부패 시위는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후 발생한 최대 규모의 정치적 도전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가 과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자기 개혁에 나설 수 있을지, 아니면 성난 민심의 파도에 휩쓸릴지 필리핀 정국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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