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가수의 꿈, 성매매 족쇄로…'E-6 비자'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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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로 입국한 필리핀 여성들, 유흥업소 감금돼 성매매 강요…인신매매 시스템 된 '예술흥행' 비자
화려한 K팝 스타의 꿈을 안고 한국 땅을 밟았던 필리핀 여성들이 유흥업소에 감금된 채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현대판 노예'로 전락하는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외 언론과 인권 단체들은 '예술흥행(E-6-2)' 비자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해 필리핀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인신매매 실태를 재조명하며, 한국 정부와 사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7년 경기도 평택의 '쥬시' 클럽에서 필리핀 여성 100여 명이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피해 여성들은 '가수가 될 수 있다'는 한국 연예기획사의 달콤한 말에 속아 E-6 비자를 받아 입국하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노래방 마이크가 아닌 유흥업소의 밀실이었다.
'합법'의 탈을 쓴 착취 시스템
가해자들은 E-6 비자 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하여 범죄를 '합법적인 연예 활동'으로 위장한다.
거액의 송출비 족쇄: 업주들은 필리핀 현지 에이전시와 결탁하여, 여성들에게 비자 발급 및 입국 비용 명목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빚(송출비)을 지게 만든다. 이 빚은 여성들이 착취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첫 번째 족쇄가 된다.
여권 압수 및 감금: 한국에 도착하는 순간, 여성들은 여권을 빼앗기고 업주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사실상의 감금 생활을 시작한다. 외출은 엄격히 통제되며, 모든 일상은 업주의 감시 아래 놓인다.
성매매 강요: 이들은 '바파인(Bar fine)'이라는 제도를 통해 손님과 2차(성매매)를 나가도록 강요받는다. 업주들은 '손님에게 술을 팔지 못하면 빚이 늘어난다'고 협박하며 여성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폭언과 폭행을 일삼기도 한다. 모든 수입은 업주가 갈취하며, 여성들은 빚을 갚는다는 명목 아래 무임금 노동에 시달린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과 정부의 과제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인신매매 범죄가 법의 심판대에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쥬시' 클럽 사건의 업주들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어 풀려났다. 법원은 '피해자들이 성매매 가능성을 인지하고 입국했을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착취 구조의 본질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권 단체들은 "이는 명백한 인신매매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이를 단순한 성매매 알선 정도로 축소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정부가 E-6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고 현장 실태 점검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피해 여성들은 자신을 '범죄자'가 아닌 '생존자'로 봐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K-컬처의 화려한 이면에 숨겨진 인권 유린의 비극을 끝내기 위해서는, E-6 비자 제도의 근본적인 수술과 함께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 그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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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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